719계단의 기적: 리센느 'LOVE ATTACK'은 어떻게 338일 만에 차트를 뚫었나

ZiZone 매거진 · 이슈 · 2026-06-01
719계단의 기적: 리센느 'LOVE ATTACK'은 어떻게 338일 만에 차트를 뚫었나

발매 당시 멜론 100위 밖에 머물던 곡이 2년 뒤 K팝 역사상 최초 719계단 역주행을 썼다. 다섯 멤버와 한 유튜브 채널, 그리고 "거제 야호"가 만든 중소돌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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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는 보통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신곡이 정상에서 출발해 시간과 함께 가라앉는 것이 K팝 음원 시장의 중력이다. 그런데 2026년 5월 28일 새벽 1시, 그 중력을 거꾸로 거스른 곡이 있었다. 리센느(RESCENE)의 'LOVE ATTACK'. 2024년 8월 발매 당시 멜론 일간 TOP100에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이 곡이, 338일이라는 시간을 건너뛰어 차트 한복판으로 솟구쳤다.

숫자는 비현실적이다. 545위에서 116위로, 다시 98위로. 사흘 사이에만 719계단을 뛰어올랐다. 업계는 이를 'K팝 사상 최초'라 불렀다. 정상에서 굴러떨어지는 곡은 흔해도, 바닥에서 이렇게 한 번에 솟아오른 곡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흙바닥 운동장에서 행사를 뛰던 5인조 중소 기획사 걸그룹이, 어떻게 빌보드와 그래미가 먼저 알아본 곡을 2년이나 묵힌 끝에 대중에게 닿았을까. 이 역주행에는 한 편의 드라마가, 정확히는 한 개의 유튜브 채널이 있었다.

LOVE ATTACK
원이
리센느
리더 · 거제 출신 · 유튜브 채널 운영
리브
리센느
보컬 · 'Voice Fairy'
미나미
리센느
올라운더 · 일본 지바 출신 · '거제 야호' 밈의 주역
메이
리센느
보컬·댄서 · '거제까지 뛰어가기' 공약
제나
리센느
비주얼 센터·막내 · 신라공주 사투리 콘텐츠

평단이 먼저 알아본 곡, 대중이 2년 늦게 도착하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LOVE ATTACK'은 무명의 곡이 아니었다. 적어도 평론가들에게는 그랬다. 곡이 수록된 첫 미니앨범 'SCENEDROME(씬드롬)'은 빌보드가 선정한 '2024 베스트 K팝 앨범'에 이름을 올렸고, 'LOVE ATTACK'은 그래미닷컴이 꼽은 '2024년을 뜨겁게 달군 K팝 10곡'에 들었다. 이듬해 포브스는 리센느의 'LIP BALM'을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2025 K팝 앨범'으로 골랐다.

다시 말해 이 곡은 음악적으로 검증된 상태로 시장에 나왔다. 다만 더뮤즈(THE MUZE)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생 중소 기획사의 화력으로는, 평단의 인장이 대중의 플레이리스트로 번역되지 않았다. 발매 당시 멜론 일간 100위권은 그들에게 너무 높은 벽이었다.

그래서 이 역주행은 단순한 '뒤늦은 발견'이 아니다. 좋은 곡이 마케팅이라는 다리를 건너지 못한 채 2년을 기다렸고, 그 다리가 뜻밖에도 멤버의 휴대폰 안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빌보드와 그래미가 먼저 알아본 곡이, 대중에게는 2년 늦게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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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유튜브 채널이 차트를 움직였다

불씨는 2026년 2월, 리더 원이가 개설한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였다. 거창한 기획이 아니었다. 멤버들이 돌아가며 출연해 콘셉트 놀이를 하는, 전형적인 자체 콘텐츠였다.

그런데 4~5월 들어 몇몇 클립이 숏폼을 타고 폭발했다. 일본 지바 출신 미나미가 선보인 '갸루' 분장, 그리고 거제 출신 원이의 진한 경상도 사투리. 막내 제나는 신라공주로 분해 사투리 콘텐츠를 거들었다. 결정타는 미나미의 입에서 터진 '거제, 야호!'였다. 일본인 멤버가 외치는 경상도 지명의 어색하면서도 정겨운 어감이 밈이 되어 SNS를 뒤덮었다.

개그맨 이선민·유영우와 협업한 '나의 연수 아저씨' 같은 코너까지 가세하며 채널의 화제성은 그룹 인지도로, 다시 음원 관심도로 연쇄 점화됐다. 영상이 웃겨서 검색하다 보니 '이 그룹이 누구지' 싶어 곡을 듣게 되는, 정확히 그 경로였다.

“영상이 웃겨서 검색했더니 곡이 좋았다 — 정확히 그 경로로 역주행이 시작됐다.”

두 번의 역주행: 2025년의 예고편, 2026년의 본편

사실 이번이 첫 역주행은 아니다. 'LOVE ATTACK'은 이미 한 차례 차트를 거슬러 오른 전력이 있다. 2025년 3월 31일 멜론 일간 100위에 처음 진입했고, 그해 5월에는 최고 65위까지 올랐다. 당시에도 자체 콘텐츠 화제성이 동력이었다.

2026년 5월의 흐름은 그 예고편을 본편으로 키운 사건이다. 5월 27일 멜론 일간 98위로 다시 차트에 복귀하더니, 28일 새벽 719계단 점프라는 기록을 세웠고, 5월 30일 68위, 6월 1일에는 20위권으로 진입했다.

6월 1일 오전 기준 성적표는 더 화려하다. 멜론 23위, 벅스 실시간 11위(일간 21위), FLO 19위, 애플뮤직 'TOP100 대한민국' 10위, 유튜브뮤직 '한국 인기곡 Top100' 11위, 스포티파이 코리아 데일리 22위. 한 번 반짝하고 꺼지는 밈이 아니라, 멀티 플랫폼에서 동시에 체류하는 진짜 흥행 곡선이었다.

거제의 딸들, 그리고 다섯 개의 얼굴

역주행의 중심에는 다섯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또렷이 살아 있다. 2004년생 리더 원이는 거제 출신답게 이번 사태의 진앙인 유튜브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사투리 콘텐츠의 원천이 됐다. 보컬 리브는 'Voice Fairy(보이스 페어리)'라 불릴 만큼 안정적인 목소리로 그룹의 음악적 기둥을 맡는다.

일본 지바 출신 올라운더 미나미는 '거제 야호' 밈의 주역으로 이번 화제성의 폭발점이 됐다. 보컬·댄서 메이, 그리고 AI 그룹 마브(MAVE:)의 비주얼 모델로도 알려진 막내 제나가 비주얼 센터를 채운다. 무명 시절 초등학교 흙바닥 운동장에서 공연하던 영상까지 재조명되며, 다섯 명의 서사가 곡의 가사 못지않은 콘텐츠가 됐다.

화제성은 지역사회로도 번졌다. 거제시는 5월 22일 리센느를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거제 야호'라는 농담이 실제 도시 브랜딩으로 회수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선순환이다.

“'거제 야호'라는 농담이 실제 도시의 홍보대사 위촉으로 되돌아왔다.”

"설마 되겠어"에서 시작된 공약 잔치

역주행이 가속되자 멤버들은 차트 순위에 따른 공약을 내걸었다. '설마 되겠어'라는 분위기 속에서 던진 약속들이, 곡이 실제로 솟아오르며 모두 현실의 청구서가 됐다.

리더 원이는 파이리 분장 후 안무 공개, 거제 산 등반 후 '거제 야호' 외치기 등을 약속했고, 메이는 '배낭을 메고 서울에서 거제까지 직접 뛰어가겠다'는 이른바 국토대장정을 선언했다. 막내 제나는 신라공주 분장으로 경주월드 드라켄에 탑승하기로 했다. '거제 굴톤' 상표 등록 같은 지역 밀착형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원이는 차트 역주행을 지켜보며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이 꿈 같다. 진짜 눈물 난다'고 했다. 흙바닥 운동장에서 출발해 빌보드와 그래미를 거쳐, 결국 대중의 손에 닿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그 눈물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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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돌 역주행 공식의 재발견 — 왜 하필 리센느였나

리센느의 역주행을 '운'으로 요약하면 본질을 놓친다. 이 사건은 2020년대 중후반 K팝 시장에서 반복되는 하나의 공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거대 자본의 마케팅 화력이 없는 중소 기획사가, 멤버의 캐릭터를 날것으로 노출하는 자체 콘텐츠로 알고리즘을 뚫고, 그 화제성이 '이미 평단에 검증된 곡'이라는 단단한 본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세 요소 — 검증된 음악, 캐릭터, 숏폼 적합성 —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719계단은 없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화제의 출발이 '음악'이 아니라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LOVE ATTACK'이 좋아서 미나미를 안 게 아니라, 미나미의 '거제 야호'가 웃겨서 리센느를, 그리고 곡을 알게 됐다. 콘텐츠가 곡의 입구가 되는 이 역방향 깔때기는, 음원 사재기나 대형 팬덤 화력 없이도 차트를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밈 기반 화제성의 수명은 짧고, 다음 컴백이 이 관심을 음악적 충성도로 전환하지 못하면 719계단은 일회성 불꽃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리센느에게는 빌보드·그래미·포브스가 인정한 음악적 체급이라는 안전망이 있다. 화제성은 입구를 열었고, 이제 그 입구로 들어온 청자를 붙잡는 것은 결국 곡의 힘이다. 이번 역주행이 의미 있는 건, 그 곡의 힘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뒤늦게 확인했다는 데 있다.

차트의 중력은 여전히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하지만 2026년 5월의 사흘 동안, 다섯 명의 거제·지바 출신 소녀들과 한 개의 유튜브 채널은 그 법칙에 예외 하나를 새겨 넣었다.

이제 질문은 'LOVE ATTACK이 얼마나 더 오를까'가 아니다. 평단이 2년 전에 이미 답을 알고 있던 이 곡을, 대중이 마침내 발견한 지금 — 리센느가 이 시선을 다음 무대로 어떻게 이어갈지다. 흙바닥 운동장에서 출발한 그룹의 진짜 무대는, 어쩌면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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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iZone 에디터 자체 편집. 사실(데뷔·멤버·발매 등)은 공개 자료를 참고했고, 사진은 인물 페이지, 영상은 공식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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